봄이라는 계절을 생각하면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살아오면서 많은 봄을 맞이하였지만, 추운 겨울을 보내고 난 후에 맞이하는 봄은 언제나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어쩌면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간다는 증거라고 생각해보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익숙해지는 것에서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되는 것인것 같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은 스티븐 킹이 쓴 4개의 중편을 엮은 책 사계에 봄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에 각각의 테마를 부여하여 적은 책으로 첫번째 이야기인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은 희망의 봄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쇼생크 탈출' 이라는 이름으로 개봉된 영화로 인하여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이지만, 글로 읽는 느낌은 영화로 볼때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소설의 간단한 줄거리는 아내와 그의 내연남을 살해된 혐의로 감옥에 갇히게 되는 주인공 앤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희망의 봄이라는 테마를 표현하기 위해서 스티븐 킹은 억울한 누명을 쓴 전도유망한 은행원 앤디를 주인공을 설정하여 자연스럽게 탈옥이라는 단어로 이어지게 하는데 책 속에서 봄(희망)은 감옥에서의 생활, 탈옥으로 이어지기 까지의 과정, 그리고 가석방되는 레드에게로 까지 이어지면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우리에게 좀 더 직관적으로 와닿게 한다. 나도 책을 읽는 내내 희망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맴돌게 되었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결과를 알수 없는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레드와 앤디가 만나서 함께 잘 사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에서 나름 명예로운 직업을 가지고 있던 한 남자가 억울한 누명으로 인하여 감옥에 갇혀서 가혹하리만큼 시련을 겪는 이야기는 조금 풀어서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맞이하게 되는 나락이라고 생각한다. 멀쩡히 길을 걷다가도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게 되는 그런 일들 말이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면 황금기, 혹은 전성기라는 것이 존재할 것이고, 그 곳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거부할 수 없는 인생의 고통과 시련을 극복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은 단순히 재미를 위한 소설이 아니라 우리에게 살아가는 힘이라는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앤디는 억울함을 가지고 있지만 감옥속에서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서툴지만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들에게 믿음을 보여주고 신뢰를 얻어서 친구로 만든다.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환경에 적응해나가며 노력한다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앤디가 보여주는 첫번째 희망이다. 


이렇게 감옥안에서 희망을 품고 살아가던 앤디에게 누명을 벗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앤디를 놓아줄 수 없었던 교도소 소장으로 인하여 앤디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기득권층, 권력에 의하여 희생당하는 우리내 인생과 감옥안에서의 앤디는 매우 닮은 모습을 보여준다. 


앤디는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감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고 탈옥에 성공하게 된다. 리타 헤이워드라는 여배우의 포스터를 뒤로하고 감옥안에서의 삶이 아닌, 세상밖으로 나가는 그의 용기있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앤디는 두번째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앤디가 탈옥하고 나서, 레드는 가석방으로 세상에 나가게 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38년 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만 보냈던 그는 바깥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방법도 전혀 알수가 없었다. 결국, 그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시 범죄를 저질러서 감옥에 돌아가는 것 이었다. 감옥 안에서는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고 자신의 능력이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레드에게 찰나의 순간에 떠오른 앤디가 탈옥하기 전에 했던 말은 그에게 한가지 희망을 품게 한다.


앤디가 말했던 장소를 찾은 레드는 그곳에서 편지한장과 돈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주고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앤디의 말에 레드는 희망을 품고 소설은 마무리가 된다. 이것이 스티븐 킹이 말하는 세번째 희망이다.


"레드, 잊으면 안 돼. 희망은 무엇보다도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은 결코 죽지 않는 법이야. 나는 희망하고 있어.

 이 편지가 자네에게 발견되기를, 그리고 건강한 자네 모습을 볼 수 있기를"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中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감옥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본다.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앤디처럼 노력을 해본적이 있을까? 앤디가 맞이하게 된 희망의 봄은 누군가가 전해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거머쥔 것이다. 스스로가 거머쥔 희망을 그는 레드에게 제안한다. 너도 스스로 희망을 거머쥐기 위해서 노력해볼텐가 라고. 레드가 선택한 것은 다시 감옥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한발짝 나아가보겠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나도 희망을 가져보겠다고.



"이 것이 나의 희망이다"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中



나는 앤디일까? 레드일까? 그도 아니면 감옥안에 갇혀서 그냥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죄수 중 한명일까? 누구에게나 시간은 동일하게 흐르고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개인의 자유이다. 다만, 그 시간이 흘러서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봄이 찾아올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사계절 중 하나인 봄이 찾아올 것이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나면 꽃이 피고 자신의 후손을 퍼트리기 위해서 씨앗을 날린다. 나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초록빛 나뭇잎을 자라나게 해서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우리는 매일매일을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겨울에도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일을 한다. 달라지는 것은 옷차림 밖에 없다. 현실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면, 오늘은 앤디처럼 희망의 봄을 거머쥐기 위한 노력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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