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사랑을 떠올리면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 일 것이다. 사랑은 이성간에 존재한다고 우리는 머리속에서 규정지어 버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영화 캐롤은 이런 것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면서 애틋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그려낸다. 동성애라는 민감한 주제를 이토록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과 사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인 것 같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1962)


)* 본 포스팅에는 스포일러와 개인적인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캐롤의 간략한 줄거리는 맨해튼 백화점에서 일하는 테레즈와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온 캐롤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동성애 영화라는 설정때문에 영화를 보기에 망설이거나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을테지만, 그런 색안경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이 영화는 매우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중 한편이라는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영화속에서 갑작스럽게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며 사랑에 빠지는 테레즈와 캐롤을 여성과 여성이라고 보지 않고, 하나의 인간 대 인간이라고 놓고 본다면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다른시각으로 영화가 보인다.


다소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수동적인 성향을 보이는 테레즈와 모든것을 주도적으로 하는 자신감이 넘치는 캐롤은 굉장히 궁합이 잘 맞는 커플로 보여졌다. 지나가듯 하는 말을 기억하고 카메라를 선물하는 캐롤과 자신이 선물을 사러간 백화점 매장에서 놓고온 장갑을 돌려주는 세심함을 보면 서로는 서로가 갖지 못한 것과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에 끌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우리가 이성간에 끌리고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양상을 보여준다.


여기서 조금 재미있는 것은 테레즈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캐롤은 남편과 이혼소송중이며 슬하에 딸아이 하나가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는, 이들이 이성애자 였다는 것을 의미하며, 캐롤의 경우에는 테레즈를 만나기 전에 동성애적 성향을 알아차린 것으로 보여진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태어날 때 부터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즉, 둘의 사랑이 필연적이 아니라 우연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캐롤 이라는 캐릭터는 여러가지를 의미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항상 능동적이고, 무슨일이든 주도적으로 하는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다니는 자신만만한 여성상을 포현하고 있지만 내적으로 여린 면이 있는 여성상이라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더이상 남편과의 결혼생활에서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그녀의 딸 만이 중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모성애임과 동시에 그녀의 약점이 되어 버린다. 그녀는 이 약점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살아간다.


테레즈라는 캐릭터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수동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나오지만, 자신의 할말은 하는 뚝심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남자친구가 그녀에게 하는 프랑스로 가자는 제안에는 딱 부러지게 거절하지 못하지만, 캐롤을 만나면서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있게 어필하고 자신의 마음이 캐롤에게 기울었다는 것을 말할때는 당당해진다. 이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 캐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고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저 서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일 뿐야


 그저 그 상대가 남자였을 뿐 " 


이혼 소송 중 캐롤의 남편은 그녀가 도덕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동양육권 신청을 거부하고 그녀에게서 딸을 빼앗으려고 한다. 이는 그녀의 남편이 그녀의 약점을 이용해서 핍박하고 압박하면서 자신의 원하는 것, 즉 정상적인 가정생활과 캐롤이라는 여자를 소유하고자 하는 소유욕을 보여준다. 테레즈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남자친구인 리처드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의사만을 강요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종용하는 모습을 줌으로써, 사랑이라는 것은 강압적이고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며 존중하고, 나아가서는 서로를 위하는 것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법적 공방에 지쳐있던 캐롤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테레즈와 함께 떠나기를 원한다. 테레즈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와 함께 떠나겠다고 말하는데 서로의 믿음, 목적지도 모르는 여행에 따라나서면서 망설임도 없다는 것, 사랑은 계산적인 것이 아니라 그냥 믿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너 때문에 좋은 직장으로 옮겼어. 너한테 청혼도 했다고 "


" 내가 시킨 거 아냐 너한테 아무 것도 부탁한 적 없어. 그게 바로 우리의 문제야 "


위 대화는 테레즈가 리처드에게 캐롤과 여행을 떠난다고 말하며 짐을 싸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대화장면이다. 이 대화속에서 리처드의 모습은 전형적인 잘못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나는 너를 위해서 이렇게 까지 했어. 그러면 너도 나에게 보답을 해야 할 것 아니야!" 라고 말한다. 이것이 사랑인 것인가라고 자문해보자. 누구도 이것을 사랑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것은 집착이다. "그게 바로 우리의 문제야"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를 자행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 이것이 사랑이 아님을 영화는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이기적인 거예요 내가 다 치지했다구요. 어떻게 전부 좋다고만 말했는지.."


"내가 원해서 너랑 있었던 거야. 네 잘못이 아냐, 테레즈."


아이의 양육권을 위해서 캐롤은 테레즈와 헤어지게 되고, 테레즈가 걸어온 전화를 받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끊어버린다. 헤어지면 애틋하고 떨어지면 더욱더 보고싶어지는 것이 사랑이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서로를 멀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별의 아픔이고 점점 더 깊어가는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캐롤은 테레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말이다.


캐롤은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공방에서 양측 변호사와 자신의 남편 앞에서 테레즈와의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이 원해서 한 일이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캐롤은 말한다. 더 이상 나의 약점을 가지고 나를 협박하고 핍박하지 말라고, 당신이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야! 단순한 집착일 뿐이야! , 난 더 이상 나를 속이지 않겠어 그리고 더 이상 숨지 않겠어. 사랑이 없는 껍데기 뿐인 관계를 유지하느니, 양육권을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하겠어.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야. 사랑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영화 속 캐롤과 테레즈를 동성이라는 것으로 보지 않고 생각해 본다면. 영화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소유하고 내가 준것을 돌려주는 Give in Take 적인 관계가 아니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순수하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동성간의 사랑도 그렇게 바라봐 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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